한라산에서 맞은 첫 태양, 첫 마음 > 건강한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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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여행 한라산에서 맞은 첫 태양, 첫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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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각오를 다지는 일출 산행

산은 사람을 기른다는 오래전에 봤던 책 제목이 기억에 맴돈다.

이 말처럼 산은 정말 묵묵히 있던 곳에 그대로 서서 고민과 걱정거리를 한 짐 진 이들의 보따리를

마음껏 풀어내게 하고 바위틈마다 굴곡을 만들어 놓아 휴식과 상념을 탈탈 털어내도록 한다.

산에 오르는 이유는 각기 다를 것이다.

그런데 우리 모두 오를 때와 내려올 때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마주한다.

 

    

 ​|  새해 첫 태양을 향한 이른 출발

     새벽 3시에 성판악 코스로 백록담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출발했다. 눈이 많이 쌓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없을 줄 알았지만 주차장에 즐비한 차들을 보니 역시 제주도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간단하게 아이젠만 챙기고 두껍게 입었으나 주변 사람들은 중장비를 챙겨서 등반하고 있다. 야간 등산을 하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올라가고 있다. 안내원에게 물어보니 오늘은 기쁘게도 오후 12시까지는 백록담을 개방한다고 한다. 아무 때나 개방하지 않는데 특별히 오늘은 한다는 것을 보니 많은 산악인들의 열망에 화답한 것이리라.

성판악 코스는 한라산 등반에서 가장 어려운 코스다. 해발 2,000미터를 등반한다는 것이 눈이 왓을 때는 날씨 좋았을 때와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  ​나무마다 피어있는 눈의 향연

     어둠이 깔린 등산로를 조심히 오른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구름 사이로 사뭇 떠나기 아쉬운 모습으로 초승달이 걸려 있다. 후레시를 켜지 않아도 많은 산악인들의 머리에서 빛나는 건전지들의 힘, 산 중턱에 걸려 있는 초승달이 환히 비춰준다. 어슴프레 달빛을 받은 눈들이 더 반짝반짝 빛이 나서 신난다. 발목까지 차오른 눈이 밭을 이루고 저 멀리 살짝 살짝 보이는 능선들은 완벽한 곡선을 이루고 있다.

밤새 꽁꽁 얼 정도로 대단한 추위였건만 한라산이라 그런지 지리산의 야간보다 더 따듯한 느낌이다. 겨울에도 청청한 주목, 꽝꽝나무에 핀 눈꽃송이들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새해의 햇살이 기대돼 왔건만 이미 나무마다 피어있는 눈의 향연에 감탄하며 등반하고 만다.

초입에서 진달래밭대피소까지 평소 날씨 같으면 2시간 안에 도착했겠지만 2시간 반만에야 도착했다. 뜨거운 국물이 조금씩 추위에 떨어가고 있는 손가락을 마사지해준다. 새벽 5시 반이라 해도 50여 명은 족히 넘는 산악인들이 진을 치고 있다. 정상에 가기까지 꽤 여유가 있어 다행이었다. 하지만 몇 분 더 쉴수록 수많은 등반자들의 등살에 넘어질 정도가 되리라. 저 멀리 들려오는 말소리, 웃음소리가 증거였다. 예닐곱 살밖에 안 돼 보이는 어린아이들, 일흔 살은 족히 넘었을 노인들도 있다. 얼마나 산이 좋으면 이 신새벽에 이곳까지 왔을까 싶지만, 나 역시 그러하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  ​거대한 운해와 붉은 해의 줄다리기

     걷고 또 걸었다. 한라산은 완만한 굴곡이라 사람들과 담소하며 걸어도 어려움이 없다. 산 전체가 하얀 옷으로 갈아입었고, 와락 안기고 싶은 포근한 느낌이 든다. 그러다가 남들과 보폭을 맞추다 보니 거친 숨소리로 나 역시 바뀌고 만다. 바람마저 팍팍하게 굴었다면 오르는 데 어려웠을 테지만 차분한 바람소리가 그나마 위안이 된다. 아침 7시가 좀 안돼서 백록담에 다다랐다. 정상에 다다를수록 사람들 눈은 빛나고 입꼬리는 올라간다. 이제 붉은 해가 머리를 올리기 시작한다. 태양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않고 바로 내 코앞으로 다가온 것 같다. 해는 거대한 운해와 줄다리기를 하는 것마냥 머리를 내밀까 말까 가려진 구름 사이로 실갱이를 벌이는 것만 같다.

누가 이기든지 간에 아쉬울 것이 없다. 운해는 그야말로 장관이었고, 태양은 아름답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벅차다. 감격이다. 어느새 중턱에 차오른 우리의 첫 해. 그즈음 되니, 조금 늦게 출발한 산악인들까지 합세해 백록담 주변으로 삼사백 명이 몰렸다. 이토록 많은 이들이 원하는 첫 해라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오르는 동안 쉼을 하지 못했더니 다리가 아파온다. 잠시 숨을 돌리고 있는데 거대한 운해 사이로 한바탕 벌어지는 하늘의 밀당. 백록담, 저 분화구는 해가 솟아오르며 더 선명하게 선을 드러냈고 완벽한 첫 해의 시작을 열었다.

나 역시 떠오르는 해를 향해 눈을 감았다. 내 마음과 함께 가족을 둘러보며 백록담, 아니 저 밑에 있는 사람들까지 생각해내며 빌었다.

모든 사람들이여, 즐거운 한 해가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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