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여행 강원도 인제의 만해마을에서 백담사까지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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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콘크리트가 그대로 드러난 건물,
강원도 인제의 울창한 숲 속에 전혀 안 어울릴 것 같은 건물이 큰 대지에 펼쳐져 있다.
어떤 치장도 거부한 그 날것의 벽들.
그런데 참 신기하다. 고즈넉한 산세와 융화가 된 모습이다.
만해 한용운을 기리는 만해마을의 전경이다.
회색 콘크리트 마을 속에서 다시 사람과 사는 그 사람
만해마을은 인제군 북면에 자리잡았다. 인근에 인제8경과 장수대, 봉정암, 설악산 트레킹을 비롯해 백담계곡, 십이선녀탕계곡 등 내설악의 아름답고 빼어난 자연에 둘러싸여 있다.
만해마을에 들어서면 평화의 시벽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이 시벽은 2005년 세계평화 시인대회에 참가한 310편의 시를 동판에 담은 것으로 평화를 갈구하는 사람들의 염원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마을은 조용하다.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람들 자체가 조용하다. 사람들마다 발걸음도 다소곳하다. 쉬고 있는 누군가를 흔들만한 그런 째지는 소음 전혀 없이 모두가 평온한 얼굴과 음색으로 이곳저곳 돌아보고 있다. 떠들면 꼭 만해 한용운 선생이 검지손가락으로 ‘쉿’ 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곳곳에서 그를 기리는 동상과 일대기를 이야기하는 유물들로 가득하니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무리가 아니다.
1905년 백담사로 출가한 만해 한용운 선생은 독립선언문을 낭독했던 독립운동가이다.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님의 침묵’을 집필했던 시인이기도 했다. 만해의 정신적 고향이었던 백담사 일대엔 13년 전 만해마을이 조성돼 만해의 민족사상과 모든 면면을 기리고 있다.

이곳은 광장, 북카페, 박물관, 문인의 집, 서원보전, 숙박 및 산책로 등 많은 걸 갖춰서 정말 작은 마을이라 할 수 있다. 만해마을에는 문인들을 위한 집필실이 있는데, 문인들이 머물며 글을 쓰는 공간이다. 그들은 내설악의 사계절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산을 보며 산다고 한다. 만해마을 앞을 흐르는 계곡으로 창문을 낼 수도 있었을 텐데, 왜일까. 혹시 빠르게 쓰기보다 천천히 옷을 갈아입는 산처럼 글을 쓰라는 배려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산이든 계곡물이든 사방을 둘러보아도 멋진 자연. 이와 함께 글을 쓰는 보금자리가 있다니 부러울 따름이다. 푸른 잎이 울창한 6월엔 더욱이 따뜻한 햇살을 즐기기 좋을 텐데…. 갑자기 질투가 솟는다. 곳곳엔 시와 글이 적혀 있고, 머물기만 해도 누구나 좋은 글이 써질 것 같은 그런 아주 좋은 느낌이 드는 공간이다.
한용운 선생이 툭툭 튀어나와 말을 시킬 것만 같은 박물관, 그의 시집 한 권 품고 살포시 걷게 되는 그런 산책길을, 꼭 그가 그랬을 것처럼 나 역시 뒷짐을 지며 걸어보았다. 그리고 오래전 학교에서 배웠던 그의 시를 마음속으로 읊어본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에서 -
